법무부는 미성년 자녀를 위한 절차보조인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2일 국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1991년 1월 1일 제정·시행된 가사소송법은 지금까지 부분 개정만 이뤄져 미성년 자녀 복리 강화와 당사자 및 이해관계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 등 가사사건에 대한 달라진 국민 인식과 사회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은 우선 가정법원이 친권자 지정, 양육권자 지정 등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재판을 할 경우 미성년 자녀의 진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했다. 또 미성년 자녀를 위한 절차보조인 제도를 도입해 재판 과정에서 자녀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변호사 또는 심리학·교육학·상담학·아동학·의학 또는 이와 유사한 분야의 전문가를 절차보조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미성년 자녀와 관련된 가사사건의 관할을 미성년 자녀가 거주하는 곳의 가정법원으로 확대했다.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이 원거리 재판 출석으로 양육에 소홀함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가사소송법 체계도 정비된다.
개정안은 국민들이 가사사건의 종류와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나류 가사소송사건'을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 '다류 가사소송사건'을 '재산관계 가사소송사건'으로 변경하는 등 분류체계에 변화를 줬다. 또 가사사건을 가사소송과 가사비송으로 나누고 가사소송은 가족관계 가사소송과 재산관계 가사소송으로, 가사비송은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과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으로 나눠 사건의 특징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가사사건과 관련된 민사사건을 가사사건과 병합해 가정법원에서 1개의 판결로 재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정법원에 계속된 가사사건의 판단 전제가 되거나 이와 모순·저촉될 우려가 있어 동시에 해결할 필요가 있는 민사사건도 가정법원으로 이송하거나 직접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아울러 양육비 이행확보 수단을 대폭 강화해 이혼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정법원의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해 양육비 지급의무자가 사전처분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등 다양한 양육비 이행확보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재판상 이혼 및 재판상 파양 사건에서 청구의 포기 및 재판상 화해를 인정하는 한편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의 재판 결과로 신분 및 재산관계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게 소송계속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27년만의 대개정이라 법조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개정안에는 그동안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돼 온 내용들이 많은데 특히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한 내용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가사사건은 일반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2~3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하급심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법원의 사전처분을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과태료 밖에는 없었다"며 "사전처분에 집행력이 부여된다면 양육비 지급 등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가사사건과 관련된 민사사건을 병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상속사건에는 필연적으로 유류분사건이 따라붙고 이혼사건에는 소유권 관련 사건이 따라붙는 등 가사소송에는 다양한 사건이 얽혀 있기 마련"이라며 "지금까지는 연관성이 있더라도 서로 다른 법원에서 처리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는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건 해결에 드는 시간은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가사소송법 사건 분류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일반 국민들로서는 어떤 게 다류 사건이고 어떤 게 라류 사건인지 혼란스러웠다"며 "그동안 학설과 판례로 정리돼 왔던 유형들을 체계적으로 법문에 규정하면 국민들의 이해도와 접근성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가정법원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 변화된 국민의식과 가사소송법 규정의 간극을 좁혀 가사사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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