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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조정사례)친족 간의 분쟁일수록 대화보다 '재판부서 결론' 욕구강해 조정과정 이해관계 조절·경제적 이익 관점서 접근이 유효

조정사례

친족 간의 분쟁일수록 대화보다 '재판부서 결론' 욕구강해 조정과정 이해관계 조절·경제적 이익 관점서 접근이 유효

 

1. 들어가며

가. 판결이 갖지 못하는 조정의 장점 중 하나는 '대화와 양보를 통하여 융통성 있게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감정적 대립을 해소하고 인간관계의 회복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나. 친족간 분쟁은 단순한 소송물에 대한 승패 판단만으로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하고 새로운 분쟁을 야기시킬 뿐 분쟁의 근본적 해결을 도모할 수 없어 많은 재판부에서 조정에 회부하고 있다.
다. 그러나, 친족관계처럼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관계일수록 분쟁이 발생하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어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보다는 끝까지 가더라도 판결에 의하여 결론을 내겠다는 욕구가 강하다. 따라서 조정과정에서는 먼저 이해관계의 조절이나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것 같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언니인 피고, 소외 막내와 함께 망부로부터 연립주택 1채와 점포 1개를 상속받았다. 점포는 망부가 생전에 타인에게 임대하였는데, 원고는 망부 사망후 4년이 훨씬 지나 피고를 상대로 그 동안의 월세 중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원고는 약 3년 전, 뇌병변장애로 금치산선고를 받고 현재까지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언니인 피고가 주로 돌보며 치료비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이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후견인으로서 법정대리인인 원고의 남편이 주도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다. 피고는 카드사용내역서, 예금거래내역서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자신이 대신 지급한 원고의 병원비와 공동소유재산에 대한 제세공과금 등을 상계하면 오히려 원고로부터 4000여 만원을 더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소를 제기하였다.
라. 원·피고 사이에는 이미 여러 건의 소송이 있었다. 당초 망모 소유이던 이 사건 점포는 원고를 거쳐 망부 명의로 이전되었는데, 피고가 기여분 및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여 기각되자 항고를 거쳐 재항고까지 하였고, 원고는 망부 앞으로의 이전등기의 원인무효를 주장하며 말소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기각되자 항소심까지 갔었다. 피고는 원고의 남편을 상대로 주택인도 소송을, 원고를 상대로 구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3. 조정과정

가. 이 사건은 반소제기 후 재판부에서 1회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조정센터 조정에 회부하였다.
나. 제1회 조정기일에 원고의 남편과 양측 소송대리인 변호사가 출석하였다. 상임조정위원은 다음 기일에는 피고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을 소송물에 한정하여 조정하거나 판결에 이른다고 하여도 향후 공동재산 및 병원비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남게 되므로 당사자 사이의 모든 법률적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지분전부를 매수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다. 제2회 조정기일에 원고의 남편을 오랫만에 대면한 피고는 원고를 방치한 잘못과 무관심을 탓하였고, 원고 남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는데 무책임한 사람으로 매도한다면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며 조정보다는 판결을 받겠다고 조정실에서 나가기도 하였다. 상임조정위원은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상대방의 지분을 일방이 매수한다는 점에 대하여 의견일치를 보았다. 매수가격은 부동산 평가액을 각자 알아 본 후 매수조건을 결정하기로 하고 속행하였다.
라. 제3회 조정기일에 양 당사자와 소송대리인들이 논의한 끝에 대상 부동산 중 원고지분의 평가액을 6000만원으로 정하고 피고가 이를 매수하기로 하였다. 다음,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병원비 기타 경비에 관하여 설전을 벌이다가 피고가 일부 양보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4500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지분을 취득하며 그 밖에 모든 사항을 청산하기로 합의하였다.
마. 그리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대상 부동산의 원고지분을 4500만원에 매도하고, 6개월 후까지 매매대금의 지급과 소유권이전을 동시에 이행하기로 하며, 양자 사이에 조정조항에서 정한 것 이외에는 어떠한 채권채무도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

4. 마치면서

가. 이 사건을 판결로써 결론지으려고 한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당사자에게는 정신적 피로감과 갈등 또한 더 쌓여 갈 것이다. 그렇다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나. 조정으로 해결됨으로써 원고의 남편은 자신이 바라던 대로 조정금을 병원비에 충당하며 가까운 요양병원을 정하여 자녀들과 함께 자주 문병할 수 있게 되었고, 피고는 병원비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상속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양자 사이에 발생한 갈등이 근원적으로 해결되었다.
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벽을 이 사건 조정으로 전부 허물 수는 없었지만, 서로 마주 앉아 대화하고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해 가면서 근본적 화해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라. 이 사건 조정의 의미는 상호양해에 의한 자주적 대화와 타협으로 소송물 이외의 사항에 관하여도 융통성 있게 접근함으로써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